커피머신 렌털계약서에 제품이 인수·설치되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적혀 있는데, 계약상 주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설치된다는 별도 약정만 있고 실제 설치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렌털료를 내야 할까요.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채권양도를 승낙했다면 양수인에게 무효 주장을 할 수 없을까요.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6다202594(본소), 2026다202595(반소) 판결은 설치 조건 성취의 증명책임과 양수인에 대한 대항을 모두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사건번호
2026다202594(본소) 렌탈계약의 양수금, 2026다202595(반소) 부당이득금 — 파기환송
제목
렌털제품의 설치를 정지조건으로 한 렌털계약의 효력 발생 여부와,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채권양도 승낙 후에도 계약 무효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
판결요지
당사자 사이에 조건부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유효하고 성취되지 않으면 무효로 확정됩니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그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1983. 4. 12. 선고 81다카692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도3319 판결 등 참조).
민법 제451조 제1항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채권양도를 승낙한 채무자에게 양도인에 대한 대항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한 취지는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채권양도 후에 비로소 대항사유가 발생했고, 승낙 당시 그 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채무자는 그 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5464 판결 등 참조).
설치가 예정된 장래채권의 양도 승낙에는,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당연히 전제되어 있습니다. 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 계약이 무효라면,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
피고는 2023. 10. 30. 소외 회사와 커피머신에 관하여 렌털료 월 833,330원(부가가치세 포함), 기간 설치일로부터 48개월의 렌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 표지 하단 채권양도 승낙서란에 소외 회사의 금전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는 데 이의 없이 승낙한다는 문구가 있고, 피고가 전자서명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제품이 배송·설치되면 실제 설치일을 계약일자로 보아 효력이 발생하고, 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되어야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피고는 2023. 10. 31. 소외 회사와 3,000만 원을 위탁하고 매월 135만 원 수익금을 받기로 하는 무점포위탁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렌털료 명목으로 2023. 12. 15., 2024. 1. 15., 2024. 2. 15. 각 833,300원을 지급했습니다.
피고는 2024. 3. 22. 소외 회사를 상대로 렌털계약 무효·해지 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렌털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원심은 피고가 체결 당시 담당직원과 통화하면서 제품이 설치되었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계약상 설치주소가 아닌 소외 회사 지정 장소에 설치된다는 점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계약 효력이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설령 효력이 없더라도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양도를 승낙했으므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판단
이 사건 렌털계약은 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된다는 정지조건이 성취될 때 효력이 생깁니다. 렌털료 채권을 주장하는 원고가 조건 성취를 증명해야 합니다. 설치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꾸기로 하여 피고의 제품 인수가 조건에서 빠졌다고 하더라도, 그 장소에 실제로 설치되었다는 조건은 성취되어야 합니다. 통화에서 설치되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만으로 실제 설치와 그 인식을 단정할 수 없으므로, 지정 장소에 실제 설치되었는지를 심리했어야 합니다.
채권양도 승낙 당시에는 설치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미설치로 인한 무효는 승낙 후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입니다. 승낙 당시 그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볼 근거도 찾기 어렵습니다. 장래 발생할 조건부 채권의 양도 승낙에는 조건 불성취 시 이행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전제됩니다.
원심의 판단에는 정지조건 성취의 증명책임과, 채권양도를 승낙한 채무자가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출처: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6다202594, 2026다202595 판결